
올해 증시를 빛낸 동학개미. 개인별 수익률은 어떨까. 셔터스톡
최근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 덕도 있지만, 올해 증시를 끌어올린 주역은 단연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란 건 전문가들도 인정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올해를 빛낸 ‘동학개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2030 직장인 개인투자자 다섯 명을 인터뷰했다. 전화통화로 나눈 내용을 1인칭 형식으로 싣는다.
#슈퍼개미 A씨(36) “전문가도 몰라…동학개미 잘됐으면”

A씨는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그를 메우고도 남는 수익을 냈다. A씨의 4~12월 실현손익은 8400만원이다. 화면 본인제공
=지난해까진 평가손익이 -3000만원 정도였는데, 올핸 8000만원 넘게 벌었다. 3월 저점 때 물타기도 많이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1100 간다’라고도 했는데, 그 말 듣지 않길 잘했다. 주식시장은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모르는 것 같다. 워런 버핏도 틀리지 않나. 결국 우리 개미가 가져야 할 자세는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열심히 대응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전문직으로 업무가 바쁜 편이지만, 바탕화면에 사놓은 종목을 연동시켜 놓고 일하면서 중간중간 보거나 ‘스탑 로스’ 같은 예약기능을 활용하는 등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부지런하게 움직이려고 한다.
=그동안 개미들은 기관과 외국인에게 패배해 왔다. 3~4월에 개미들이 주식 사들이자 ‘개나 소나 주식한다’고 비웃지 않았나.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개미들도 많이 벌었다. 개인은 안 된다는 인식을 바꿔놓은 동학개미운동을 긍정적으로 본다.
#안정개미 B씨(28) “주식하며 월요병 치유, 소비도 줄이게 돼”

B씨는 지난 9월 인증을 위해 남겨두었던 '캡쳐매매' 화면을 보여줬다. '캡쳐매매'란 인증차원에서 화면 캡쳐를 한 뒤 매도해 그대로 실현하는 걸 말한다.
=한때 코스닥에서 단타로 재미를 많이 봤었는데, 한 종목에서 대표 비리 문제로 주가가 폭락해 패닉셀을 해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알고 보니 루머’라면서 다시 주가가 오르더라. 이후론 코스닥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고, 코스피 종목만 한다. 어떤 산업군의 대장주 위주로 산다.
=지금은 팔지도 사지도 않고 지켜보는 시기인데, 한창 주식에 빠져있을 땐 재미있어서 공부도 더 하게 되고 생활에도 활력이 됐다. ‘아 월요병이 치유되는 게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뭘 사려다가도 ‘그 돈으로 그냥 주식 사야지’ 하면서 소비도 줄이게 되는 측면도 있었다.
#뇌동개미 C씨(32) “지금은 물렸지만, 언젠간 오르겠죠?”

뇌동개미 C씨의 현재 잔고. 2월에 사서 여태 팔지 않은 'KODEX인버스2X'의 수익률이 안타깝다.
=대학교 선후배들과 주식 얘기를 하는 일종의 투자동아리 단톡방이 있다. 나름 역할을 나눠 한 명은 뉴스를 살피고, 한 명은 주식방송을 보고, 콘텐트업계 다니는 형은 그쪽 동네 얘기를 알아오고 하는 식이다. 그 방에서 사람들이 확신을 갖고 들어가는 걸 나도 따라 들어간다. 휩쓸려서 부화뇌동 하는 편인데, 으쌰으쌰 하는 재미도 있다.
=지금 성적은 마이너스지만,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의 오류 가능성을 줄여 가지 않겠나. 또 주식 때문에 경제·사회·정치·국제 뉴스에도 관심을 갖게 되니 투자금은 ‘세상에 대한 수강료’라고 생각한다.
#귀국개미 D씨(30) “서학만 3년, 동학도 괜찮네요”

'서학개미' D씨는 올해부턴 '동학개미'로도 활동했다. 300만원 정도 투자금을 가지고 사고팔고를 반복하며 5개월동안 22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주식은 테마 위주로 종목을 선택하는 편이다. 전기차·그린뉴딜·자동차·친환경·제약 등 이슈가 뜨면 국내 관련주를 한두주씩이라도 고루고루 사놓는다. 테마가 죽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걸 반복한다.
=확실히 장중엔 근무 집중도가 떨어진다. 지금은 배우는 시기이자 내 투자철학을 확립하는 때라고 보고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원 직업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 같다. 자기계발도 좀 덜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한편으론 주식 또한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럭키개미 김율아(25)씨 “첫 투자에 위기도 있었지만…초심자의 행운”

김율아 씨는 국내 주식계좌를 장기용과 단기용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화면은 김씨가 실현한 수익금액을 보여준다. 출처 본인 제공
=주식계좌를 2개를 만들었다. 하나는 장기투자용으로 무조건 길게 유망한 기업을 사고, 하나는 중단기 스윙계좌로 그때그때 뜨는 종목들을 사는 연습용이다. 수익과 손실 비교가 잘 되고 돈 계산도 따로 하는 게 좋더라. 8월쯤까진 단타계좌의 수익이 더 높았는데, 요즘은 삼성전자 때문에 장기계좌 수익이 좋아졌다.
=직장에서 휴대폰 사용이 금지라 매매는 점심시간이나 휴가 날에만 할 수 있었고, 주식 관련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편인데 그에 비해 수익이 좋았다. 들어간 돈은 2000만원이 안 되는데, 지금까지 250만 원 정도 수익을 실현했다. ‘초심자의 행운’인 것 같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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