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불공정하다" 소송 검토하는 페이스북
③ 애플 "사생활보호" vs 페이스북 "개방성"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EPA
페이스북이 문제를 삼고 있는 건 애플이 올 상반기 안에 출시하기로 한 '사생활 보호기능'입니다. 애플은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4' 위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들이 허가없이 사용자의 검색활동이나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실행시켰을 때 '페이스북이 당신의 활동을 다른 회사 앱과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는 것을 허락할까요?'라는 팝업 창을 띄워, 허락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추적을 막게 됩니다. 이럴 경우 스마트폰 이용 기록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디지털 광고업계에선 데이터 추적과 관련한 팝업 창이 뜰 경우 90%에 가까운 이용자가 '거절' 버튼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저항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말 애플이 이 같은 '사생활보호 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 주요 일간지에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광고에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용자 정보를 추적해 소상공인들에게 소비자 맞춤 데이터를 제공해 돈을 버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 무엇에 화가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제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오도된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쿡 CEO는 "이런 접근이 양극화와 신뢰 상실, 그리고 폭력이라는 희생을 동반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일을 그만둘 때가 한참 지났다"며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이 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일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연방의회 앞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AP
쿡 CEO는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만으로 음모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한 결과는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게 아니라 보상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수천만명의 이용자들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걸 본 뒤 더 많은 단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영속화하는 결과는 무엇일까?"라고 지적했습니다.

팀 쿡 애플 CEO. 애플은 올 상반기 안에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는 기능을 iOS 14에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AP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애플에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며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미래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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