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대표 "광학 몰라서 외국에 휘둘리는 국내 기업 안타까워"
"주변에서 중소기업에서 무슨 우주광학연구소를 만드느냐고 했습니다. 지금은 10년간의 성과가 뿌리내려서 가장 바쁜 부서가 됐습니다."
조현일(53) 그린광학 대표는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광학전시회에 참여한 중국업체가 1만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돌아와 우주광학연구소를 세웠다. 조 대표는 "중국 업체가 10년 후 10%만 살아남아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고난도의 초정밀 광학계 생산을 고민했고, 우주광학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1999년 설립한 그린광학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용, 군, 의료, 위성 등에 쓰이는 다양한 광학제품을 만든다. 광학제품은 렌즈, 미러, 필터 등으로 모듈화돼 생산된다. 사업 분야는 정밀제품, 방위산업을 거쳐 우주로 확대됐다. 2019년 매출은 250억원. 매출의 70%는 산업용 광학계에서 나오지만, 번 돈은 대부분 우주광학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그린광학은 2013년 국내 과학기술위성에 카메라 렌즈를 제작하면서 우주광학 분야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 임무 수행용 카메라를 납품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년 뒤에는 인도 우주국(ISRO)에 지구 관측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1m급 광학 렌즈를 공급했다.
그는 "인도에는 정밀제품까지 포함하면 1500만달러 이상 계약이 된 상태라서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할 정도"라며 "전자, 기계, 조립 등 전체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다 보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국책연구원과 협력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는 ‘달탐사 프로젝트’에 고성능 카메라를 공급했다. 달 궤도를 돌면서 달 표면을 관찰하는 위성에 탑재된다. 어두운 은하를 관측하는 망원경을 제작해 천문우주연구원 공급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스페이스X의 출현으로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우주는 이제 연구 목적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저 광통신 위성을 예로 들었다.
위성과 지상 물체 혹은 위성끼리 더 빨리 통신을 하려고 1만개 이상의 레이저 광통신 상업 위성을 띄우는 유럽의 항공우주 컨소시엄이 진행 중이다. 그린광학은 이 컨소시엄에 속한 소던(Sodern)에 핵심부품인 비축비구면 렌즈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을 연 3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조 대표는 광학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광학제품 국산화를 지속했다. 해외 기업이 원가 17만원짜리를 가공해 만든 제품을 쏘나타값에 사가는 대기업에 찾아가 대체품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로 환율이 뛰면서 국내에 국산화 바람이 불고서야 숨통이 트였다.
그는 "광학을 몰라서 해외기업에 바가지를 쓰는 기업이 너무 많다"며 "수입되는 장비의 광학부품을 국산화하면 해당 장비는 반값이 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PCR(유전자 증폭)장비, 휴대폰 OLED 광부품, 적외선 줌카메라 등이 그린광학을 거쳐 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방분야에선 유도 미사일 신궁, 현궁의 눈에 해당하는 추적센서 모듈을 개발했고,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미사일 평가장비를 국산화했다. 조 대표는 "변변한 광학책이 없어서 해외 원서 100여권을 번역해 직원들과 국산화와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며 "투자와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일본 기업들이 광학산업 초창기 국가의 지원을 통해 성장한 역사는 시사점이 있다. 조 대표는 "광학은 산업구조상 국가에서 꼭 키워야 하는 분야"라며 "국가 기관의 광학 장비를 기업에서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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