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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의 윗집' 이사해 복수?···층간소음 갈등 줄일 우물천장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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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휘재·문정원 부부가 빌라에서 아이들과 야구, 피구를 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개그맨 이휘재·문정원 부부가 빌라에서 아이들과 야구, 피구를 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개그맨 이휘재, 문정원 부부가 쏘아올린 층간소음 논란이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 개그맨 안상태, 이정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집콕댄스’ 홍보영상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작년 층간소음 민원 80%나 늘어
건축업계, 차단기술 개발 나서
성인·아동 발걸음 충격패턴 분석
시공단계부터 저소음 방식 적용

층간소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갈등은 한층 심각해졌다. 19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관련 민원접수는 895건으로, 2019년(507건)과 비교해 약 80% 증가했다. 분쟁 현장을 방문해 피해 사례를 해결해 달라는 현장진단 신청도 267건에서 355건으로 늘었다.  

코로나가 부른 분노…층간소음 복수로 

네이버 쇼핑몰에 등록돼 있는 '층간소음 보복 우퍼 스피커'. 사진 네이버 캡처

네이버 쇼핑몰에 등록돼 있는 '층간소음 보복 우퍼 스피커'. 사진 네이버 캡처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분노를 느끼는 ‘코로나 레드’ 단계에 들어섰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하모(34)씨는 “재택 근무를 시작한 뒤로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 소음, 아이들 뛰어노는 발소리, 덤벨 내려놓는 소리, 심지어 아침 6시마다 휴대폰 알람까지 들려 미칠 지경”이라며 “몇번이고 이웃에 사정을 했지만, (소음 출처가)자기 집이 아니라는 뻔뻔한 태도에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급기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복수를 위한 제품까지 등장했다. 천장에 우퍼 스피커(저음용 스피커)를 설치해 일부러 소음을 유발했다는 복수담에는 ‘속 시원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에선 층간소음을 유발한 윗집의 윗집으로 이사해 보복하는 영상이 2년 만에 조회 수 538만회를 기록했다.  
 
사적 보복마저 등장한 이유는 층간소음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됐지만 소음의 범위와 기준만 정해놨을 뿐, 기준을 넘겼을 때의 강제 처벌은 없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와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권고 또는 요청 조치가 전부다. 정부가 2022년 도입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또한 소음 차단 가능 여부를 확인할 뿐 강제성은 없다.  

처벌 규정 생겨도 소음피해 입증 어려워 

삼성물산이 표준중량충격원을 이용해 바닥충격음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표준중량충격원을 이용해 바닥충격음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하지만 처벌 규정이 생긴다 해도 아파트 내 소음의 진원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집의 소음이 다중으로 겹치는 일이 흔하고, 진원지를 찾더라도 해당 집이 소음을 발생시켰다고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업계에서는 결국 층간소음을 차단하는 기술 개발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주택은 벽식 구조로 돼 있다. 벽식 구조는 기둥·들보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를 만든 건물구조로, 벽을 타고 소음이 전달돼 층간소음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기둥과 보가 건물 하중을 떠받쳐 소음이 기둥으로 분산된다.  
 
문제는 기둥식 구조 주택이 벽식 구조보다 사업성이 떨어져 건축업계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둥식 구조의 경우 천장고를 높여야 하므로 아파트당 가구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 소음 줄이는 기술 개발에 투자 

실생활 경량 층간소음 저감 기능성 바닥재를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하우시스

실생활 경량 층간소음 저감 기능성 바닥재를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하우시스

이에 건축업계는 건축·시공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했다. 층간소음의 원인과 건설 재료, 아파트 구조, 신공법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김재호 연구소장은 “앞으로 자체 개발한 바닥 구조 시스템의 성능을 보완하고 소음 저감형 우물천정(천정이 움푹 들어간 형태) 적용, 뜬바닥(고무나 솜 등을 넣어 지지한 바닥) 형태의 건식바닥 기술 개발 등을 건설현장에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저감기술 ‘H 사일런트 홈’을 올해부터 적용한다. 현대건설이 특허권을 보유 중인 슬래브(평편한 철강 구조물) 강성보강, 레이저 스캔을 통한 골조 시공 품질관리 등 15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지난해 3중으로 층간소음을 잡아낼 수 있는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성인과 아이들의 발걸음이 바닥에 미치는 충격패턴을 분석해 설계한 공법이다.  
 
건축자재 업체들도 바닥재 제품 개발에 나섰다. LG하우시스가 최근에 선보인 ‘엑스컴포트’ 바닥재는 푹신한 상부층과 탄성있는 단단한 하부층 등 2개 층으로 구성돼 소음 저감에 효과적이다. 실제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에서 실시한 경량충격바닥음 저감량 테스트 결과 150mm 두께 맨바닥과 비교해 20데시벨(dB) 정도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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